Design Doing
유의미한 영향력을 창조해내는 작품
요즘 디자인은 가장 주목받는 주인공입니다.
IT 회사, 컨설팅사, 금융사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CEO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디자인을 중시한 회사들은 S&P 500 대비 219%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오늘날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비즈니스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점차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생태계 속 브랜드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잡한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은 각 브랜드가 고객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선택지 속 소극적이며 수동적이기를 택하는 고객 환경 속에서 고객을 몰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70년간 디자인의 역사를 이어온 Lippincott은 실현/구현하는 것(Doing)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Thinking)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략을 아름답고 심플하면서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세심하고 조예 깊은 작업. 이번 아티클에서는 디자인물의 원칙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더 큰 비전/목적을 담은 디자인
디자인은 혁신적이며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더 큰 비전과 목적을 담았을 때, 창의적 비전과 비즈니스 전략이 조화롭게 연계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기업의 DNA, 유산, 역량, 브랜드만의 내재된 고유 자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의 깊숙한 곳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업계의 판도와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 경쟁 landscape, 비전을 수행하는 목적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 외부적 요소 역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최종 디자인 결과물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Southwest 항공과의 첫 회의에서부터, 이 회사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명확한 목적을 지닌 매우 독특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Lippincott은 Southwest 항공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차별화되는 특징으로서 인간미와 유대관계가 돋보이는 기업문화에 주목했습니다. 이 부분이 잘 표현된다면 정체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Southwest의 헤리티지를 승계함과 동시에 그들의 성공 공식을 현대적이면서 강렬한 look & feel로 전환해내는 것을 목표로, Lippincott은 일관성이 결여된 비주얼 시스템에 통일감을 주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출장객과 젊은 여행객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세련되면서도 더욱 "절제된" 이미지를 표출하고자 했습니다.
Lippincott은 먼저 Southwest 항공의 역사, 기업문화, 오퍼레이션 방식 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성공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을 상징하는 심볼, 하트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하트는 너무나도 흔한 심볼이기도 하기에, 한눈에 차별화 되는 독특한 디자인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하트 심볼이 너무 감성적으로만 보이지 않도록 고객 경험 전반에서 명확하고 목적성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Southwest 항공의 로고타입(Logotype)에서 하트 심볼은 마침표 자리에 위치하여, 브랜드의 정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여객기 동체 하단에 위치시킴으로서 심장이 위치한 곳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3만7천 피트 상공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하늘을 나는 모든 여객기가 진심을 담고 있음을 직원들에게 상기시키는 상징적인 메시지입니다. 탑승구 바로 옆의 사람 키 높이 위치에 부착된 하트 심볼은 승무원에게 브랜드 정신을 되새기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승객에게 제공되는 기내품에 부착된 하트 심볼은 Southwest 항공 브랜드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를 상기시켜 주는 상징물입니다.
하트 심볼 외에도, 고객이 마주하게 되는 모든 요소에 브랜드의 친밀한 보이스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고유서체인 'Southwest Sans'를 사용함으로써 Southwest는 상황에 따라 유머러스한, 통찰력 있는, 영리한,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로 보입니다. 승무원들은 탑승 때마다 개성 넘치는 안내 멘트를 선사합니다. "Transfarency" 광고 캠페인은 저가 운임과 요금 체계의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모여 '사람에 힘입은 인간적인 브랜드'라는 Southwest 항공의 비전과 목적을 표현해냅니다.
총체적인 고객경험 디자인
오늘날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기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하는 일, 그리고 그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바 입니다. 대다수의 혁신적이고 유망한 브랜드가 차별화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그들이 제공하는 '경험'입니다. 고객 여정의 전 과정에서 소비자의 감성을 몰입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Lippincott은 기업 고유의 정신이 브랜드 표현의 요소 요소에 잘 녹아들고 활성화되도록 돕는 "Immersive Design" 프로세스를 활용합니다.
Hyatt가 AmeriSuites 체인을 인수했을 당시, 급속히 성장 중이었던 맞춤형 서비스 호텔(Select-service hotel)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당시 AmeriSuites 체인은 투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었고, 호텔 이미지 구축에 적극적이지 못했으며 평균 객실 단가 측면에서 일류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컨셉을 개발하여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까다로운 안목이 형성된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유치하고, 시장 대비 높은 가격의 객실 사용률을 높여야만 했습니다.
Lippincott은 Hyatt Place라는 새로운 네임을 개발하고, "Larger than Home(집보다 큰 곳)"에 중점을 둔 비주얼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출장을 자주 다니는 비즈니스맨들이 집 같은 곳, 나아가 집보다 조금 더 나은 곳을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충족시켜주는 호텔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시그니처 모먼트, 공간, 고객경험 디자인 등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공용 공간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다른 음악과 향기가 투숙객들을 맞이하도록 세팅하여 Hyatt Place만의 감각적인 분위기로 다른 호텔들과 차별화했습니다. 또한, 커피 & 칵테일 바와 같은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추어 전반적으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객실에는 집과 오피스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각 데스크에 자석 메모 패드와 호텔 연락처가 기재된 롤로덱스를 비치하여, 투숙객이 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비용효율적인 교체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외에도 서류 봉투, 일회용 커피잔, 고객 정보 폴더 등 다양한 제품에 Hyatt Place를 대표하는 볼드한 색상을 적용하였습니다.
AmeriSuites가 Hyatt Place로 탈바꿈함에 따라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와 오퍼레이션, 단순 거래 중심의 호텔 운영 환경에서 투숙객과 직원을 모두 배려하는 환경으로 바뀌어 가면서 기업 내에서의 변화도 촉구되었습니다.
정서적 소통(Emotional engagement)과 진정성 있는 교류(Authentic interactions)는 곧 새로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On-demand 문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
오늘의 인기 브랜드가 내일은 쇠락해버리는 급격한 변화 속의 On-demand식 시장 환경에서, 고객 경험 전반에 걸쳐 표현된 비전과 개성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디자인 그 이상의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형태, 컬러, 패턴, 서체, 이미지와 같은 시각적 요소들은 반드시 언어적 요소, 경험적 요소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시각적, 언어적, 행동적 요소의 통합을 통해 브랜드는 그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전달하고 근본적인 비전과 목적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Saudi Telecom Company가 Lippincott과 관계를 맺었을 때, 처음 세운 목표는 모바일 업체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을 전면적으로 바꿔놓을 획기적 안을 고안해내는 것이었습니다. Lippincott은 Jawwy를 개발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모바일 사용 및 관리용 신규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디지털 특성을 가장 중시하는 챌린저 브랜드 Jawwy의 플랫폼은 대면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응대와의 소통에 있어서 존재했던 커다란 문화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Jawwy의 비전과 개성이 고객 경험의 모든 측면에 투영되었습니다. Jawwy는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고 애용하는 디지털 및 소셜 채널을 통해 연결고리를 형성했습니다. 사용자들은 맞춤화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기기에서 플랜을 변경하고 단 몇 초 만에 크레딧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격 정책은 심플하고 투명했습니다. 또한, 비대면 콜센터 대신 즉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욱 즐겨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한 디자인
특정 광고가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정서적 교감은 고객이 매일 브랜드와 겪는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됩니다.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즉흥적 전화 통화부터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움과 즐거움을 불러오는 행동까지, 이러한 소소한 순간들이 부지불식간에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를 결정하게 됩니다.
기업과 고객의 수많은 접점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고지서일 겁니다. British Gas의 고지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가 너무 많고 단계가 복잡해, 고객이 정작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천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달되는 단 한 장의 종이에 기재된 정보를 재검토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새 디자인의 핵심은 고객이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다시 형성할 수 있는 촉매재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British Gas는 고지서를 '요금 납입을 요구하는 청구서'가 아닌 '절약으로 안내하는 지침서'으로 인식되도록 바꾸고자 했습니다.
Lippincott이 제안한 디자인 솔루션은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Less is more)"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도출되었습니다. 고지서의 내용을 간소화하고 여백을 늘림으로써 사람들이 고지서를 덜 부담스럽게 느끼고, 기재된 정보를 잘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기반한 결정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이 고지서에서 가장 원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색깔로 구분지어 기술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언어적 표현 또한 새롭게 탈바꿈시켰습니다. "Credit"은 "We owe you"으로, "Billing periods"은 "Seasons"으로, "Complaints"(사실상, 고객이 불평쟁이라는 의미를 뜻함에도 불구)는 "Problem solving"으로 교체하였습니다.
고지서 디자인을 론칭할 때, 처음 발송되는 고지서에 함께 동봉한 삽지 외에 추가적인 투자는 없었습니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숙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두었고, 그렇기에 고객들의 인정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심플하게 매력이 빛나는 디자인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Lippincott은 심플함을 추구합니다. 여기서 심플함이란 일반적임, 단조로움, 무차별적임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를 의미해서도 안 됩니다.
디자인은 반드시 즐거움을 주고, 매력을 표현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새로움과 놀라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고 오감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Starbucks가 Lippincott과 관계를 맺을 당시, 커피 이외의 제품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고 있었으나 '커피'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장성을 국한시키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이슈는 Starbucks가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마트, 복합몰 등의 장소에도 입점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Starbucks의 경험은 매우 흔하고 천편일률적인 재화가 되었으며, 뭔가 새로운 자극을 더해야 할 때였습니다.
먼저 로고를 간소화하고 브랜드의 대표적인 심볼인 사이렌에서 “Starbucks Coffee”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하고 나자, 사이렌 심볼은 그 어느 때보다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이렌 심볼의 모든 요소가 재검토되었고, 이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사이렌의 긴 머리를 변신시키는 것만도 수많은 반복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사이렌 심볼은 커피를 넘어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시사할 뿐만 아니라, Starbucks 브랜드의 새롭고 신나는 경험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Lippincott은 사이렌 심볼을 뮤즈로 활용하여 커피 그 이상을 표현하는 일련의 디자인 원칙을 정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색상이나 카피 문구와 같은 기존의 표현 도구를 넘어, 사이렌 심볼의 구불거리는 머리, 꼬리의 줄무늬 요소와 더불어 언어, 움직임, 행동, 소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매장 내 유리벽부터 Starbucks의 프리미엄 카드, 디지털 앱의 배경까지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했습니다. 간소화되었지만 더욱 대담해진 사이렌 심볼 덕분에 Starbucks에서의 고객 경험은 더욱 풍부하고 감성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디자인 구현(Design Doing)의 원칙
디자인 구현(Design Doing)의 효과
그동안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요소였으나, 오늘날 디자인의 역할은 다소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혁명, 대대적인 접점 확장, 관심 지속 시간 단축, 라이프 사이클 축소 등으로로 인해, 디자인은 브랜드에 활력과 규모감이 넘치는 혁신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생태계에 진화가 핵심이자 진리이듯 비즈니스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브랜드는 디자인을 통해 변화하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디자인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며 복잡한 브랜드 자산뿐만 아니라, 다수의 플랫폼, 인터페이스, 고객 접점 전반에 걸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더이상 시각적 전략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세상에서 고객의 니즈와 행동을 예측하여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